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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학박사 정현석 칼럼
17-01-20 망하지 않으려고
새로운 물품이나 기계를 구입할 때면 늘 망설여집니다. 회사 규모가 크지 않기 때문에 조금만 무리해서 무엇인가를 구매하면 재정적 부담이 금방 옵니다. 좋은 차, 깨끗한 사무집기, 새 기계, 새롭고 좋은 물품들을 사고 싶은 마음은 굴뚝같습니다. 하지만 제품을 생산해 판매하고 들어오는 수입은 일정한데 번번이 새것으로 구매하고 교체한다면 재정적 압박에 부딪힐 것은 뻔 한 일입니다.
간혹 어떤 분들은 이야기합니다. “아니, 그 정도면 차도 좀 바꿔서 좋은 차타고 다니고, 사무실도 좋은 집기로 바꾸고 좀 보기 좋게 하고 살지요!” 라고요. 보기 좋게 하고 사는 것은 저 자신보다도 다른 사람들이 보기 좋다는 말일 겁니다. 남에게 보이는 모습들, 보이는 것들도 삶에서 중요하지요. 그렇지만 남에게 보이는 것으로 기준을 삼아서 살아갈 수는 없습니다. ‘내 코가 석 자’라는 속담이 있습니다.
무엇인가 꼭 필요해 구입했으면 가급적 아끼고 오래 사용합니다. 지금 사용하는 것보다 좋은 것들이 쏟아져 나와 그것을 구입하기 위해 더 많은 대가를 지불하게 되는 상황이라면 가능한 기존에 사용하던 것을 한 번 더 손 봐서 사용합니다. 일상적 소소한 삶이야 어쩔 수 없다손 치더라도 회사 운영에 있어서는 가급적 새롭게 무엇인가를 구입하는 것을 자제합니다. 그렇게 해도 또 다른 것들을 구매하고 기존의 설비들을 신형으로 교체해야 할 것들이 부지기수입니다.
얼마 전까지 탔던 자가용은 주행거리가 420,000km를 넘어섰습니다. 대부분 저 혼자서 회사 출퇴근 또는 출장길, 그리고 여행길에 운전하며 주행한 거리이니 참으로 많이 달린 것입니다. 지구 한 바퀴 거리가 약 40,074km라고 하니 지구를 열 바퀴를 돌고도 남는 거리를 운행한 것입니다. 개인 자가용으로는 오래 타고 다녔다고 생각됩니다.
출퇴근길 들고 다니는 낡은 천으로 된 가방도 거래처 지인으로부터 10여 년 전에 선물 받은 가방인데 어느덧 10년 넘게 들고 다닙니다. 지금 사용하고 있는 휴대폰 번호가 20년째 그대로입니다. 기계는 그동안 분실하거나 새 기종으로 바꾸었어도 전화번호는 그때 그대로 사용하고 있습니다.
회사 사무실 집기 중에 새것으로 구입한 것들이 서너 가지 정도입니다. 책상과 의자, 책장 대부분은 다른 사무실에서 사용하던 중고품이거나 중고 가구점에서 싸게 구입한 것들입니다. 20여명이 들어가서 회의할 수 있는 회의실 사무 집기들도 사용기한이 지나 교체 처리하기 위해 폐기 처분하려는 한 기관으로부터 무료로 얻어 와 잘 사용하고 있습니다. 공장의 설비 중에서도 상당 부분은 부도가 나서 싼 가격에 처분하는 공장들의 설비이거나 중고 설비 처리업체로부터 저렴하게 구입한 것들입니다.
자가용을 400,000km를 넘게 운행하고, 사무실 집기들이 중고 일색이어도 불편함과 부족함은 없습니다. 도리어 이런 것들을 사소하게 여기고 이상하게 보는 사람들이 오히려 안타깝게 느껴질 때가 종종 있습니다. 중요한 것은 눈에 보이는 것이 아니기 때문입니다.
지난 몇 개월간 정부 중소기업 R&D 과제 평가위원으로 참여하게 되었습니다. 많은 중소기업체들이 신청한 R&D 과제를 평가하기 위해 업체들을 방문하게 되는데, 가끔씩 놀랍고 안타까운 광경을 보게 되었습니다. 직원 몇 명 되지 않고 부채 비율이 높고 연간 매출액이 몇 억원 정도 되는 사업체의 대표가 고급 외제 자가용이나 국산 최고급 자가용을 타고 다니고, 사무실이 고급 집기들로 채워져 있는 경우가 많습니다. 자본금을 훨씬 초과하는 대출 채무금에다 직원들 봉급 날짜를 어기기가 일쑤였습니다. 참으로 안타까운 마음이 들었습니다. 사업 한답시고 본인은 할 거 다하고 사고 싶은것 다 사면서 불황 탓, 남 탓을 합니다. 연매출액 몇 억 안 되는 사장이 하고 다니는 행색이나 사무실은 매출액 수백억 원 기업 대표 저리 가라입니다.
어느덧 20여년 넘게 사업체를 운영해왔습니다.
1년에 12개월씩 23년 동안 276번의 직원 월급날이 있었습니다. 우리 회사는 매월 5일이 월급날인데 지난 23년간 단 한 번도 급여 날짜를 어긴 적이 없었습니다. 공기업이나 대기업 측면에서 보자면야 지극히 당연한 것이지만 작은 제조업체로서는 사실 부침이 심하여 때론 본의 아니게 어길 수도 있습니다.
원부자재를 구매하면서 대부분 거래처에서 당월에 제품이 회사로 입고되면 월말에 정산해 제품 대금을 결제 지급합니다. 이 부분도 마찬가지로 지난 23년간 276번을 단 한 번도 어긴 적이 없이 오늘까지 지켜왔습니다. 돈이 많아서 일까요? 사실 우리 회사 수익률은 그리 높지 않습니다, 정신과 생각 그리고 의지의 문제라고 생각합니다. 더구나 이것은 지극히 기본적인 것입니다. 그리고 이런 기본을 지키는 것을 가장 중요하게 생각해왔습니다.
우선순위가 어느 것이냐가 중요합니다. 회사 대표랍시고 고급 차와 멋진 사무실을 가지고 있다한들 직원 급료가 미뤄지고 거래처에 대금결제가 이루어지지 않고 대출채무금이 쌓여간다면 무슨 의미가 있을까요?
오래 타고, 오래 쓰고, 낡은 중고품이라도 더 아끼는 이유는 단 하나입니다. 무너지는게 겁나서 입니다. 직원들 봉급을 제 날짜에 주지 못하는 경우가 생기게 될까봐 쉽사리 새 자가용으로 바꾸지 못합니다. 거래처 원자재 대금을 제때 결제하지 못할까봐 쉽게 새 제품을 사들이지 못합니다.
모든 것들은 저 혼자 편하자고 하는 게 아닙니다. 망하지 않기 위한 것들입니다. 보기 좋고 편하자고 구입하고 사들인 것들이 결국은 저를 힘들게 하고 사업을 힘들게 합니다. 좋은 것을 먹고 입고 사용하는 것만이 편하고 좋은 삶이 아닙니다.
비록 낡은 천 가방을 십 년째 들고 다녀도, 값싼 중고 사무집기를 사용하고 있어도 내가 기본적인 사고를 확고히 하고 사업에 매진한다면 그것이야말로 망하지 않는 사업입니다.
사업을 하는 사람마다 성공을 부르짖습니다. 누구나 사업을 시작하면서 비젼과 꿈을 꿉니다. 꿈은 크게 꾸어야 한다고 합니다. 그래야 그 언저리의 보다 작은 꿈이라도 이룰 수 있다고 합니다.
사업을 하면서 성공에 목말라합니다. 주변 사람들에게 성공을 보이고 싶어 합니다. 고급 자가용을 타면 마치 자신이 성공을 이루고 있는 것 같고 성공한 것 같은 생각이 듭니다. 주위 사람들도 부러워합니다. 크고 멋진 사무실은 또 다른 만족감과 안정감을 주는 듯합니다. 누군가보다 크고 여유로운 모습들이 사업의 성공인 것처럼 생각됩니다. 그러다보면 자신이 처한 현실보다 과도한 행동을 스스럼없이 하게 되고 판단력이 흐려집니다.
이는 작은 사업체의 사장은 물론 대기업이나 재벌 총수들도 마찬가지입니다. 행동에 스스럼이 없고 판단력이 흐려지면 필연적으로 무리를 하게 됩니다. 성공에 더욱 집착하게 됩니다.
IMF 외환위기를 전후해 한국의 30대 재벌 중에서 사실상 부도 상태에 빠졌던 기업이 14개나 됩니다. 대한민국 기업사(企業史)에서 이처럼 단기간에 급격한 변화가 일어난 적은 단 한 번도 없었다고 합니다. 2000년대까지로 기간을 넓혀보면 대기업 20개가 망했습니다.
재벌들의 몰락 이유에 대해 많은 사람들은 IMF 외환위기와 2000년대 초 금융위기 때문이라고 이야기합니다. 하지만 이런 이야기는 옳지 않습니다. 이 부분에서 ‘옳다’, ‘그르다’의 논쟁을 하자는 건 아닙니다. 우리들의 기본적인 가치관으로 볼 때, 몰락의 원인은 전적으로 망한 기업들에게 있다는 것을 이야기하고 싶은 것뿐입니다. 어떤 상황에서든 사업가는 살아남아야 합니다. 작은 회사든 큰 회사든 기업을 이끌던 사람이 망하는 것은 거의 모든 것을 잃어버리는 것을 뜻합니다. 사업을 시작할 때, 그리고 제대로 돌아갈 때 조심하고 준비하고 또 조심하고 준비해야 합니다. 성공을 거두는 것보다 망하지 않는 것이 더 중요하기 때문입니다.
몰락한 기업들의 공통된 특징은 성공에 대한 지나친 안주와 집착 때문이었다고 생각합니다.
사업이 성공만 있는 것은 아닙니다. 사업에는 성공보다는 몰락하고 망하는 것이 더 많습니다. 성공만을 생각하고 성공만을 바라보면 몰락하고 망하는 것을 놓치게 됩니다. 그러면 망하게 됩니다. 망하지 않기 위해 언제나 조심하고, 망하지 않기 위해 준비하고 아껴야 합니다.
삼성 이건희 회장이 언젠가 이런 얘기를 했습니다. “10년 후 삼성의 앞날을 생각하면 자다가도 깨어 등에 식은땀이 흐른다.” 이 말을 접한 순간 저는 이건희 회장은 참으로 대단한 사업가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망하지 않기 위한 이건희 회장의 생각과 철학이 오늘날 세계 일등 삼성을 만들었을 것입니다. 아마도 이건희 회장은 삼성의 엄청난 성공을 꿈꾸기보다는 어떻게 하면 망하지 않을까에 더 집중했을 것입니다. 망하지 않는 것이 성공하는 것입니다.
세상의 모든 것들은 쌓아올리는 데는 참으로 많은 시간과 노력이 들어갑니다. 하지만 무너져 내리고 망하는 것은 순식간입니다. 수십 년에 걸쳐 쌓아 올린 위대한 건축물도 무너져 내리는 것은 단 몇 초입니다. 사람의 인격과 덕망 역시 수십 년간 쌓아왔어도 무너져 내리는 것은 순식간입니다. 저명한 사회 지도층 인사들이 부적절한 언행으로 일생동안 쌓아올린 명예와 권력을 순식간에 잃어버리고 나락으로 떨어지는 것을 우리는 자주 접하게 됩니다.
몇 해 전 한 경제신문에 이런 내용의 기사가 실렸습니다.
브라질 억만장자 바티스타 날개 없는 추락
재산이 345억 달러(약 40조원). 한때 세계 7위의 자산가였던 브라질 억만장자 에이케 바티스타 EBX 그룹회장(56)이 2억 달러로 폭삭 망하는 데는 1년이면 충분했다. 바티스타 회장은 2013년 들어 자신이 경영하는 회사 주가 등이 90% 폭락하는 등 심각한 자산 가치 손실을 경험해 지난해 3월 블룸버그 집계 당시 345억 달러(약 40조원) 규모의 재산이 달랑 2억 달러로 줄었다. 재산만 증발했다면 그나마 나을 터. 브라질 현지 언론에 따르면 바티스타 회장은 개인 채무 20억 달러에 더해 OGX에 투자한 아부다비 국부펀드 ‘무바달라’에도 15억 달러의 부채를 지고 있다.
수십 년을 버텨온 대기업들도 잘못하면 어느 순간 몰락합니다. 성공을 위해 나아가는 것보다 그것을 유지하면서 지켜가는 것이 더 어렵습니다.
『성경』 창세기에는 다음과 같은 이야기가 나옵니다. 애굽(지금의 이집트)의 왕 바로가 이상한 꿈을 꾸었습니다. 왕이 강가에 서있으니까 일곱 마리의 살찐 소가 강에서 올라와서는 풀을 뜯어 먹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이번에는 그 뒤를 뼈가 앙상하게 드러나 보이는 약한 일곱 마리의 소가 올라와서는 강가에서 풀을 뜯어 먹고 있는 살찐 소를 삽시간에 먹어버렸습니다. 바로왕은 깜짝 놀라서 눈을 떴습니다.
“어, 이상한 꿈도 있다.” 그리고 다시 잠이 든 바로왕은 연달아 꿈을 꾸었습니다. 일곱 이삭의 보리가 났습니다. 그것은 보기에도 아주 탐스러운 것이었습니다. 그런데 그 뒤를 이어 가냘픈 일곱 이삭이 나타나서는 먼저 나온 이삭을 삼켜버렸습니다. 꿈에서 깨어난 애굽 바로왕은 하도 이상하여 그 꿈을 요셉이라는 사람에게 해몽하도록 합니다. 요셉은 “일곱 마리의 살찐 소와 이삭은 7년 풍년을 뜻합니다. 그리고 그 뒤를 이은 일곱 마리의 야윈 소와 실하지 못한 일곱 이삭은 사상 유례없는 가뭄과 흉년을 뜻하는 것입니다. 애굽에 7년 동안 풍년이 들 것이나 계속하여 다음 7년은 아무도 상상하지 못할 만큼 심한 흉년이 들 것입니다. 풍년이 든 7년 동안의 곡식 5분의 1을 잘 장만해두었다가 나중에 일어나는 흉년에 대비하셔야 합니다.”
그리하여 요셉이 관리자가 되어 풍년 동안 곳곳에 창고를 짓고 곡식을 준비하여 7년 가뭄을 대비했습니다. 그리고 먹을 것이 없어 이웃나라에서 많은 사람들이 굶어 죽을 때 애굽은 그동안 장만해두었던 곡식들을 풀어내어 백성들을 먹여 살리고 그 가뭄의 흉년을 견뎌냈습니다.
지금 여유가 있고 풍년이 들었을 때 흥청망청 소비하고 즐기는 것이 아니라 언젠가는 다가올 흉년을 대비하며 준비하고 조심해야 한다는 교훈이 담겨 있습니다.
늘 풍년이 들고 언제나 잘 되고 손님이 넘쳐나고 사업이 잘 된다면야 무엇을 걱정하겠습니까마는 세상 어디든지 늘 굴곡이 있습니다. 오르막이 있으면 내리막이 있는 것처럼 잘 될 때가 있으면 어려울 때가 분명히 있습니다. 그래서 잘 될 때 특히 조심하고 준비해야 하는 것입니다. 7년 풍년 때 7년 흉년을 대비하는 삶이 우리에게도 적용됩니다. 장사를 하면서 손님이 많이 올 때, 매상이 오를 때, 경기가 호황일 때, 직장에서 승승장구할 때에, 반드시 힘들 때 어려울 때를 대비해야 합니다.
멧돼지 한 마리가 느릅나무 옆에서 부지런히 긴 이빨을 갈고 있었습니다. 그 근처를 지나다 이것을 본 여우가 물었습니다.
“멧돼지야, 사냥꾼도 없고 위험하지도 않은데 왜 쓸데없이 계속 이빨을 갈고 있니?”
그러자 멧돼지가 웃으며 대답했습니다.
“내가 아무 쓸데없이 이렇게 이빨을 갈고 있는 것 같니? 갑자기 위험이 닥쳤을 때는 미처 이빨을 갈 여유가 없을 게 뻔하지 않니? 미리미리 준비해 두었다가 필요할 때 쓰려고 그러는 거야.”
하물며 동물도 이렇게 앞일을 대비하고 있는데, 사람은 어떻게 해야 하겠습니까?
망하지 않기 위해 조심하고 또 조심하고, 준비하고 또 준비하고, 아끼고 또 아껴야 합니다. 그렇게 하면 망하지도 않거니와 성공과 발전이 저절로 오게 됩니다.
자영업자 47%가 창업 3년 내에 망한다는 통계가 있습니다. 업종별 자영업자 생존율이 부동산중개업 2.4년, 학원?편의점?미용실 3년, 주점
간혹 어떤 분들은 이야기합니다. “아니, 그 정도면 차도 좀 바꿔서 좋은 차타고 다니고, 사무실도 좋은 집기로 바꾸고 좀 보기 좋게 하고 살지요!” 라고요. 보기 좋게 하고 사는 것은 저 자신보다도 다른 사람들이 보기 좋다는 말일 겁니다. 남에게 보이는 모습들, 보이는 것들도 삶에서 중요하지요. 그렇지만 남에게 보이는 것으로 기준을 삼아서 살아갈 수는 없습니다. ‘내 코가 석 자’라는 속담이 있습니다.
무엇인가 꼭 필요해 구입했으면 가급적 아끼고 오래 사용합니다. 지금 사용하는 것보다 좋은 것들이 쏟아져 나와 그것을 구입하기 위해 더 많은 대가를 지불하게 되는 상황이라면 가능한 기존에 사용하던 것을 한 번 더 손 봐서 사용합니다. 일상적 소소한 삶이야 어쩔 수 없다손 치더라도 회사 운영에 있어서는 가급적 새롭게 무엇인가를 구입하는 것을 자제합니다. 그렇게 해도 또 다른 것들을 구매하고 기존의 설비들을 신형으로 교체해야 할 것들이 부지기수입니다.
얼마 전까지 탔던 자가용은 주행거리가 420,000km를 넘어섰습니다. 대부분 저 혼자서 회사 출퇴근 또는 출장길, 그리고 여행길에 운전하며 주행한 거리이니 참으로 많이 달린 것입니다. 지구 한 바퀴 거리가 약 40,074km라고 하니 지구를 열 바퀴를 돌고도 남는 거리를 운행한 것입니다. 개인 자가용으로는 오래 타고 다녔다고 생각됩니다.
출퇴근길 들고 다니는 낡은 천으로 된 가방도 거래처 지인으로부터 10여 년 전에 선물 받은 가방인데 어느덧 10년 넘게 들고 다닙니다. 지금 사용하고 있는 휴대폰 번호가 20년째 그대로입니다. 기계는 그동안 분실하거나 새 기종으로 바꾸었어도 전화번호는 그때 그대로 사용하고 있습니다.
회사 사무실 집기 중에 새것으로 구입한 것들이 서너 가지 정도입니다. 책상과 의자, 책장 대부분은 다른 사무실에서 사용하던 중고품이거나 중고 가구점에서 싸게 구입한 것들입니다. 20여명이 들어가서 회의할 수 있는 회의실 사무 집기들도 사용기한이 지나 교체 처리하기 위해 폐기 처분하려는 한 기관으로부터 무료로 얻어 와 잘 사용하고 있습니다. 공장의 설비 중에서도 상당 부분은 부도가 나서 싼 가격에 처분하는 공장들의 설비이거나 중고 설비 처리업체로부터 저렴하게 구입한 것들입니다.
자가용을 400,000km를 넘게 운행하고, 사무실 집기들이 중고 일색이어도 불편함과 부족함은 없습니다. 도리어 이런 것들을 사소하게 여기고 이상하게 보는 사람들이 오히려 안타깝게 느껴질 때가 종종 있습니다. 중요한 것은 눈에 보이는 것이 아니기 때문입니다.
지난 몇 개월간 정부 중소기업 R&D 과제 평가위원으로 참여하게 되었습니다. 많은 중소기업체들이 신청한 R&D 과제를 평가하기 위해 업체들을 방문하게 되는데, 가끔씩 놀랍고 안타까운 광경을 보게 되었습니다. 직원 몇 명 되지 않고 부채 비율이 높고 연간 매출액이 몇 억원 정도 되는 사업체의 대표가 고급 외제 자가용이나 국산 최고급 자가용을 타고 다니고, 사무실이 고급 집기들로 채워져 있는 경우가 많습니다. 자본금을 훨씬 초과하는 대출 채무금에다 직원들 봉급 날짜를 어기기가 일쑤였습니다. 참으로 안타까운 마음이 들었습니다. 사업 한답시고 본인은 할 거 다하고 사고 싶은것 다 사면서 불황 탓, 남 탓을 합니다. 연매출액 몇 억 안 되는 사장이 하고 다니는 행색이나 사무실은 매출액 수백억 원 기업 대표 저리 가라입니다.
어느덧 20여년 넘게 사업체를 운영해왔습니다.
1년에 12개월씩 23년 동안 276번의 직원 월급날이 있었습니다. 우리 회사는 매월 5일이 월급날인데 지난 23년간 단 한 번도 급여 날짜를 어긴 적이 없었습니다. 공기업이나 대기업 측면에서 보자면야 지극히 당연한 것이지만 작은 제조업체로서는 사실 부침이 심하여 때론 본의 아니게 어길 수도 있습니다.
원부자재를 구매하면서 대부분 거래처에서 당월에 제품이 회사로 입고되면 월말에 정산해 제품 대금을 결제 지급합니다. 이 부분도 마찬가지로 지난 23년간 276번을 단 한 번도 어긴 적이 없이 오늘까지 지켜왔습니다. 돈이 많아서 일까요? 사실 우리 회사 수익률은 그리 높지 않습니다, 정신과 생각 그리고 의지의 문제라고 생각합니다. 더구나 이것은 지극히 기본적인 것입니다. 그리고 이런 기본을 지키는 것을 가장 중요하게 생각해왔습니다.
우선순위가 어느 것이냐가 중요합니다. 회사 대표랍시고 고급 차와 멋진 사무실을 가지고 있다한들 직원 급료가 미뤄지고 거래처에 대금결제가 이루어지지 않고 대출채무금이 쌓여간다면 무슨 의미가 있을까요?
오래 타고, 오래 쓰고, 낡은 중고품이라도 더 아끼는 이유는 단 하나입니다. 무너지는게 겁나서 입니다. 직원들 봉급을 제 날짜에 주지 못하는 경우가 생기게 될까봐 쉽사리 새 자가용으로 바꾸지 못합니다. 거래처 원자재 대금을 제때 결제하지 못할까봐 쉽게 새 제품을 사들이지 못합니다.
모든 것들은 저 혼자 편하자고 하는 게 아닙니다. 망하지 않기 위한 것들입니다. 보기 좋고 편하자고 구입하고 사들인 것들이 결국은 저를 힘들게 하고 사업을 힘들게 합니다. 좋은 것을 먹고 입고 사용하는 것만이 편하고 좋은 삶이 아닙니다.
비록 낡은 천 가방을 십 년째 들고 다녀도, 값싼 중고 사무집기를 사용하고 있어도 내가 기본적인 사고를 확고히 하고 사업에 매진한다면 그것이야말로 망하지 않는 사업입니다.
사업을 하는 사람마다 성공을 부르짖습니다. 누구나 사업을 시작하면서 비젼과 꿈을 꿉니다. 꿈은 크게 꾸어야 한다고 합니다. 그래야 그 언저리의 보다 작은 꿈이라도 이룰 수 있다고 합니다.
사업을 하면서 성공에 목말라합니다. 주변 사람들에게 성공을 보이고 싶어 합니다. 고급 자가용을 타면 마치 자신이 성공을 이루고 있는 것 같고 성공한 것 같은 생각이 듭니다. 주위 사람들도 부러워합니다. 크고 멋진 사무실은 또 다른 만족감과 안정감을 주는 듯합니다. 누군가보다 크고 여유로운 모습들이 사업의 성공인 것처럼 생각됩니다. 그러다보면 자신이 처한 현실보다 과도한 행동을 스스럼없이 하게 되고 판단력이 흐려집니다.
이는 작은 사업체의 사장은 물론 대기업이나 재벌 총수들도 마찬가지입니다. 행동에 스스럼이 없고 판단력이 흐려지면 필연적으로 무리를 하게 됩니다. 성공에 더욱 집착하게 됩니다.
IMF 외환위기를 전후해 한국의 30대 재벌 중에서 사실상 부도 상태에 빠졌던 기업이 14개나 됩니다. 대한민국 기업사(企業史)에서 이처럼 단기간에 급격한 변화가 일어난 적은 단 한 번도 없었다고 합니다. 2000년대까지로 기간을 넓혀보면 대기업 20개가 망했습니다.
재벌들의 몰락 이유에 대해 많은 사람들은 IMF 외환위기와 2000년대 초 금융위기 때문이라고 이야기합니다. 하지만 이런 이야기는 옳지 않습니다. 이 부분에서 ‘옳다’, ‘그르다’의 논쟁을 하자는 건 아닙니다. 우리들의 기본적인 가치관으로 볼 때, 몰락의 원인은 전적으로 망한 기업들에게 있다는 것을 이야기하고 싶은 것뿐입니다. 어떤 상황에서든 사업가는 살아남아야 합니다. 작은 회사든 큰 회사든 기업을 이끌던 사람이 망하는 것은 거의 모든 것을 잃어버리는 것을 뜻합니다. 사업을 시작할 때, 그리고 제대로 돌아갈 때 조심하고 준비하고 또 조심하고 준비해야 합니다. 성공을 거두는 것보다 망하지 않는 것이 더 중요하기 때문입니다.
몰락한 기업들의 공통된 특징은 성공에 대한 지나친 안주와 집착 때문이었다고 생각합니다.
사업이 성공만 있는 것은 아닙니다. 사업에는 성공보다는 몰락하고 망하는 것이 더 많습니다. 성공만을 생각하고 성공만을 바라보면 몰락하고 망하는 것을 놓치게 됩니다. 그러면 망하게 됩니다. 망하지 않기 위해 언제나 조심하고, 망하지 않기 위해 준비하고 아껴야 합니다.
삼성 이건희 회장이 언젠가 이런 얘기를 했습니다. “10년 후 삼성의 앞날을 생각하면 자다가도 깨어 등에 식은땀이 흐른다.” 이 말을 접한 순간 저는 이건희 회장은 참으로 대단한 사업가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망하지 않기 위한 이건희 회장의 생각과 철학이 오늘날 세계 일등 삼성을 만들었을 것입니다. 아마도 이건희 회장은 삼성의 엄청난 성공을 꿈꾸기보다는 어떻게 하면 망하지 않을까에 더 집중했을 것입니다. 망하지 않는 것이 성공하는 것입니다.
세상의 모든 것들은 쌓아올리는 데는 참으로 많은 시간과 노력이 들어갑니다. 하지만 무너져 내리고 망하는 것은 순식간입니다. 수십 년에 걸쳐 쌓아 올린 위대한 건축물도 무너져 내리는 것은 단 몇 초입니다. 사람의 인격과 덕망 역시 수십 년간 쌓아왔어도 무너져 내리는 것은 순식간입니다. 저명한 사회 지도층 인사들이 부적절한 언행으로 일생동안 쌓아올린 명예와 권력을 순식간에 잃어버리고 나락으로 떨어지는 것을 우리는 자주 접하게 됩니다.
몇 해 전 한 경제신문에 이런 내용의 기사가 실렸습니다.
브라질 억만장자 바티스타 날개 없는 추락
재산이 345억 달러(약 40조원). 한때 세계 7위의 자산가였던 브라질 억만장자 에이케 바티스타 EBX 그룹회장(56)이 2억 달러로 폭삭 망하는 데는 1년이면 충분했다. 바티스타 회장은 2013년 들어 자신이 경영하는 회사 주가 등이 90% 폭락하는 등 심각한 자산 가치 손실을 경험해 지난해 3월 블룸버그 집계 당시 345억 달러(약 40조원) 규모의 재산이 달랑 2억 달러로 줄었다. 재산만 증발했다면 그나마 나을 터. 브라질 현지 언론에 따르면 바티스타 회장은 개인 채무 20억 달러에 더해 OGX에 투자한 아부다비 국부펀드 ‘무바달라’에도 15억 달러의 부채를 지고 있다.
수십 년을 버텨온 대기업들도 잘못하면 어느 순간 몰락합니다. 성공을 위해 나아가는 것보다 그것을 유지하면서 지켜가는 것이 더 어렵습니다.
『성경』 창세기에는 다음과 같은 이야기가 나옵니다. 애굽(지금의 이집트)의 왕 바로가 이상한 꿈을 꾸었습니다. 왕이 강가에 서있으니까 일곱 마리의 살찐 소가 강에서 올라와서는 풀을 뜯어 먹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이번에는 그 뒤를 뼈가 앙상하게 드러나 보이는 약한 일곱 마리의 소가 올라와서는 강가에서 풀을 뜯어 먹고 있는 살찐 소를 삽시간에 먹어버렸습니다. 바로왕은 깜짝 놀라서 눈을 떴습니다.
“어, 이상한 꿈도 있다.” 그리고 다시 잠이 든 바로왕은 연달아 꿈을 꾸었습니다. 일곱 이삭의 보리가 났습니다. 그것은 보기에도 아주 탐스러운 것이었습니다. 그런데 그 뒤를 이어 가냘픈 일곱 이삭이 나타나서는 먼저 나온 이삭을 삼켜버렸습니다. 꿈에서 깨어난 애굽 바로왕은 하도 이상하여 그 꿈을 요셉이라는 사람에게 해몽하도록 합니다. 요셉은 “일곱 마리의 살찐 소와 이삭은 7년 풍년을 뜻합니다. 그리고 그 뒤를 이은 일곱 마리의 야윈 소와 실하지 못한 일곱 이삭은 사상 유례없는 가뭄과 흉년을 뜻하는 것입니다. 애굽에 7년 동안 풍년이 들 것이나 계속하여 다음 7년은 아무도 상상하지 못할 만큼 심한 흉년이 들 것입니다. 풍년이 든 7년 동안의 곡식 5분의 1을 잘 장만해두었다가 나중에 일어나는 흉년에 대비하셔야 합니다.”
그리하여 요셉이 관리자가 되어 풍년 동안 곳곳에 창고를 짓고 곡식을 준비하여 7년 가뭄을 대비했습니다. 그리고 먹을 것이 없어 이웃나라에서 많은 사람들이 굶어 죽을 때 애굽은 그동안 장만해두었던 곡식들을 풀어내어 백성들을 먹여 살리고 그 가뭄의 흉년을 견뎌냈습니다.
지금 여유가 있고 풍년이 들었을 때 흥청망청 소비하고 즐기는 것이 아니라 언젠가는 다가올 흉년을 대비하며 준비하고 조심해야 한다는 교훈이 담겨 있습니다.
늘 풍년이 들고 언제나 잘 되고 손님이 넘쳐나고 사업이 잘 된다면야 무엇을 걱정하겠습니까마는 세상 어디든지 늘 굴곡이 있습니다. 오르막이 있으면 내리막이 있는 것처럼 잘 될 때가 있으면 어려울 때가 분명히 있습니다. 그래서 잘 될 때 특히 조심하고 준비해야 하는 것입니다. 7년 풍년 때 7년 흉년을 대비하는 삶이 우리에게도 적용됩니다. 장사를 하면서 손님이 많이 올 때, 매상이 오를 때, 경기가 호황일 때, 직장에서 승승장구할 때에, 반드시 힘들 때 어려울 때를 대비해야 합니다.
멧돼지 한 마리가 느릅나무 옆에서 부지런히 긴 이빨을 갈고 있었습니다. 그 근처를 지나다 이것을 본 여우가 물었습니다.
“멧돼지야, 사냥꾼도 없고 위험하지도 않은데 왜 쓸데없이 계속 이빨을 갈고 있니?”
그러자 멧돼지가 웃으며 대답했습니다.
“내가 아무 쓸데없이 이렇게 이빨을 갈고 있는 것 같니? 갑자기 위험이 닥쳤을 때는 미처 이빨을 갈 여유가 없을 게 뻔하지 않니? 미리미리 준비해 두었다가 필요할 때 쓰려고 그러는 거야.”
하물며 동물도 이렇게 앞일을 대비하고 있는데, 사람은 어떻게 해야 하겠습니까?
망하지 않기 위해 조심하고 또 조심하고, 준비하고 또 준비하고, 아끼고 또 아껴야 합니다. 그렇게 하면 망하지도 않거니와 성공과 발전이 저절로 오게 됩니다.
자영업자 47%가 창업 3년 내에 망한다는 통계가 있습니다. 업종별 자영업자 생존율이 부동산중개업 2.4년, 학원?편의점?미용실 3년, 주점
FM AGTEC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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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01-20 14: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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