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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학박사 정현석 칼럼
17-01-16 습관 - 첫번째 이야기
매출거래처라고 해봐야 열 곳이 조금 넘습니다. 많지 않은 거래처들인지라 두어 달에 한번 꼴로 방문해 재고를 파악하고 그간의 사정도 들어보곤 합니다. 그런데 늘 방문할 때마다 각 거래처별로 재고 관리라든지 보관 상태 등을 보면서 자연히 거래처들을 서로 비교하게 됩니다.
어떤 거래처는 재고 제품들을 품목별로 가지런히 정돈해 잘 보관하고 있는 곳이 있는가 하면 어떤 거래처는 제품이 정리가 되지 않은 채 이것저것 섞여 있고 오래 전에 입고된 제품들이 안쪽 깊숙이 쌓여 있거나 창고 바닥에 흙먼지가 수북하고 제품 박스 위에도 먼지가 가득 쌓여 있는 것을 보게 됩니다.
안타까운 마음에 “아니! 창고 바닥 한 번 물청소를 해서 흙먼지를 싹~ 씻어내고 제품 박스들도 품목별로 입출고가 수월하게 정리 좀 해야 되지 않겠어요?” 하고 말하면 거래처 대표는 “아휴, 글쎄 한 번 날 잡아서 정리를 하긴 해야 되는데 이것저것 바빠서 제대로 할 시간을 못 잡네요. 치우긴 한 번 치워야지요!” 합니다.
그렇게 말한 지가 거래를 시작할 때부터니까 10년이 넘어갑니다. 연말 결산을 할 때면 정리가 안 되고, 먼지가 수북이 쌓인 채로 제품을 보관하며 지내던 거래처에서 주로 반품을 많이 합니다. 제품 박스가 다 헤지고 부식되고 수년이 지난 옛날 제품들까지 엉망인 채로 본사로 반품합니다. 반대로 늘 반듯이 정리되어 있고 깨끗하게 제품을 관리하는 거래처는 연말에 똑같이 필요 없고 유통기한 지난 제품의 반품을 요청하면 “몇 병내지는 몇 박스밖에 없다”며 그냥 자기들이 처리하겠다고 합니다.
물론 대금 결제에서도 큰 차이가 납니다. 제품 관리를 제대로 하는 거래처는 대금 결제를 실수하거나 약속을 어기는 경우가 없습니다. 반면 제품 관리가 엉망인 거래처는 약속을 어기기 일쑤입니다. 비슷한 조건, 비슷한 환경에서 같은 업종을 영위하는 데도 많은 차이가 납니다.
한 번씩 가서 만나보면 일에 대한 애정이나 노력은 여느 거래처나 대개 비슷합니다. 오히려 제품 보관 관리가 제대로 되지 않은 거래처가 더 바쁘게 움직입니다. 이것저것 업무가 정신없을 정도입니다. 그러니까 미처 정리정돈까지 손이 미치지 못한다고 합니다. 하지만 결과는 다릅니다. 그렇게 바쁘고 정신없이 일해도 대금결제 약속을 어기기 일쑤고 늘 어렵다고 합니다.
왜 그럴까요? 똑같은 일을 하면서, 아니 더 일을 많이 하면서도 더 어렵고 힘든 것은 무엇 때문일까요? 그것은 일 하는 습관이 잘못되어 있기 때문입니다.
비슷한 양의 일을 해도 미리미리 준비하고 정리하고 앞서 나가면서 해나가는 것과 상황이 닥치는 대로 그때그때 대처하고 꾸려나가는 것은 그 결과에 있어서 큰 차이가 날 수밖에 없습니다. 입고된 제품을 깨끗하고 가지런히 보관하는 것 자체가 체계적으로 준비해가는 기본조건입니다.
옛날 어느 나라에 지나치게 말이 많은 왕이 살았습니다. 왕은 어찌나 수다스러운지 한번 입을 열면 반나절 동안 말을 멈추지 않을 정도였습니다. 그래서 다른 신하들은 말을 할 겨를이 없었습니다.
어느 날 왕이 평소 자신이 존경하는 스승과 함께 산책을 하고 있었습니다. 그때 갑자기 거북이 한 마리가 하늘에서 떨어져 죽고 말았습니다.
깜짝 놀란 왕이 스승에게 물었습니다.
“어떻게 거북이가 하늘에서 떨어졌을까요?”
스승은 평소 말이 많은 왕의 잘못된 습관을 이 기회에 고쳐야겠다고 생각하고 이렇게 답변했습니다.
“제 생각에는 새가 거북이를 산으로 데려다주다가 실수로 떨어뜨린 모양입니다.”
그러자 왕이 다시 물었습니다.
“스승님, 자세히 설명해주시겠습니까?”
“평소 서로를 믿고 의지하는 새와 거북이가 각각 나뭇가지 양 끝을 입에 물고 하늘을 날다가 평소에 말이 많은 거북이가 입을 다물지 못하고 떠들어대느라 그만 나뭇가지를 놓아버린 것입니다. 그래서 거북이는 이렇게 박살이 나 죽고 만 것입니다.”
스승은 덧붙여 말했습니다.
“지나치게 말이 많으면 어려움이 따르는 법입니다.”
그 후로 왕은 신중히 말하는 습관을 가지게 되었습니다.
시설재배단지를 방문해보면 같은 단지 내에서도 어떤 시설하우스 농가는 작업장 주변에 농산물 포장박스, 소형 농기구, 각종 영농자재 등이나 간이 가재도구 등이 가지런히 잘 정돈되어 있고 재배포장의 이랑이나 통로들이 깨끗하게 청소되어 있습니다. 반면 어느 농가는 들어가는 재배농장 주변에 잡초가 무성하고 빈 농약병, 쓰레기들이 여기저기 널브러져 있는가 하면 농막 작업장 내부에 영농자재 등이 정리가 되지 않은 채 어지러이 뒤죽박죽 쌓여 있는 것을 보게 됩니다. 이런 농가의 재배포장은 이랑 사이가 질퍽거려 사람이 다니기도 불편하고 재배작물은 여러 가지 병해충에 시달려 방제하느라 곤욕을 치릅니다. 또한 병해충을 어렵사리 방제해 해결하면 또 다른 병해충이 발병하고 그것을 또 힘들게 방제하면 또 저기서 터지고 그야말로 작물 뒤치다꺼리에 주변 정리고 뭐고 정신을 못 차립니다.
농막 안을 깨끗이 정리해놓고 재배포장을 잘 관리하는 농가는 작물의 상태도 대개 깨끗합니다. 병충해 발생도 많지 않습니다. 시기와 기후에 따라서 예상되는 농작물의 생리장해나 병충해를 미리 시비 관리를 합니다. 병 발생을 미리 앞서 예방해 나가는 것이지요.
농사일도 비슷합니다. 미리 앞서서 방제하고 처리해 나가느냐, 아니면 병해충이 발생하고 작물이 장해가 나타나면 그때 뒤치다꺼리 하느냐의 차이입니다. 비슷한 양의 일을 하면서 그 과정과 결과는 많은 차이가 납니다.
농장 주변이 깨끗한 농가는 늘 미리미리 습관적으로 일을 처리합니다. 잡초가 크기 전에 제거하고, 사용한 영농기구들을 잘 닦아서 늘 제자리에 두고, 이랑을 정리하고, 병충해가 오기 전에 미리미리 작물에 시비하고, 어차피 해야 될 일들을 미리미리 해둡니다. 습관이 그렇습니다. 하지만 농가 주변이 엉망이고 작물이 병해충에 찌든 농가는 늘 미루는 습관이 몸에 배어 있습니다.
초기에는 작물을 정식할 무렵 여유가 생기면 바깥 활동이 많습니다. 그러나 어느 정도 작물이 자라면서 작업 시기를 한두 번 놓치면 이것저것 할 일이 늘어납니다. 그러다 보면 주변 정리는 고사하고 작물 생육관리도 제대로 이루어지지 못합니다. 미리미리 준비하고 행하는 습관이 배어 있지 않기 때문입니다. 내가 일에 끌려가느냐, 일을 내가 끌고 가느냐의 차이입니다.
언제부턴가 피곤하거나 몸살기가 있으면 편도선이 붓고 허리가 아프기 시작했습니다. “뭐 조금 피곤해서 그렇겠지!” 하고 대수롭지 않게 여겼는데 시간이 지나자 점점 통증이 심해졌습니다. 그러다 어느 때인가 도저히 참지 못해 병원에 가서 검사를 받았는데 허리는 디스크 증상이 있고 목은 성대결절로 상태가 좋지 않다는 것입니다. 갑자기 큰 충격이나 무리가 있었던 것도 아닌데 허리에 왜 디스크가 왔는가 하고 의아해하는데 평소의 자세에 문제가 많다는 것입니다.
그러고 보니 늘 엉덩이를 앞으로 빼고 등은 뒤고 붙인 채 허리를 새우등처럼 둥글게 굽혀 의자에 앉는 버릇이 생겼습니다. 게다가 한 쪽 다리를 늘 꼰 채로 책상에 앉곤 했습니다. 그러다가 점차 허리가 안 좋게 되다 보니 더욱 더 엉덩이를 앞으로 빼고 등은 뒤쪽으로 더 눕는 자세가 되어간 것이죠. 결국 평상시 좋지 못한 자세와 습관이 오랜 시간 쌓여 몸에 무리가 되어 병을 불러오게 된 것이죠. 보통 병에 걸리면 약 먹고 치료하면 쉽게 나을 것이라 생각하지만 생활습관까지 바꾸지 않으면 몸은 절대 좋아지지 않습니다. 특히, 좋은 생활습관은 누구나 다 아는 평범한 것이지만 실천 여부에 따라 건강상태가 달라집니다.
비육지탄(?肉之歎)이란 말이 있습니다. 사람의 습관이 얼마나 중요한지 단적으로 보여주는 고사성어입니다. 후한(後漢) 말 유비가 조조와의 싸움에서 수세에 몰린 적이 있었습니다. 남은 군사도 얼마 안 되는데다 갈 곳조차 마땅치 않았던 유비는 형주의 유표에게 몸을 의탁했습니다. 유표는 유비를 극진히 대접해 편안히 지낼 수 있게 해주었습니다.
하루는 유표가 연회를 열고 유비를 초청했습니다. 연회 도중에 유비는 화장실에 갔다가 자신의 넓적다리가 예전에 비해 살이 많이 쪘다는 것을 느꼈습니다. 나라를 위해 큰일을 하지 못하고 세월만 보내고 있는 자신의 신세가 처량하다고 생각한 유비는 저도 모르게 눈물을 흘렸습니다.
유비가 다시 연회 자리로 돌아왔을 때, 유표는 유비의 얼굴빛이 어두운 것을 보고 그 까닭을 물었습니다.
“얼굴에 눈물 자국이 보이는데, 어찌된 일이오?”
유비는 깊이 탄식하며 대답했습니다.
“지난날에는 항상 말을 타고 돌아다녔기 때문에 넓적다리에 군살이 붙을 틈이 없었는데, 요즘은 말을 탄 지가 오래되어 많이 굵어졌습니다. 세월은 헛되이 흘러가고 몸은 하루가 다르게 늙어 가는데, 명성과 기개는 옛날 같지 못하니 그것이 서글픕니다.”
유비는 그 날로부터 당장 자신의 잘못된 습관을 고치기로 결심했습니다.
통계에 따르면 술 마시고 담배 피우며 더러운 공기 마시고 스트레스 많이 받으며 육류를 많이 먹는 습관을 가지고 있으면 40대에 쓰러지고 이 중 한두 가지를 안 하면 50대에 쓰러지고 한두 가지밖에 안 하면 60대에 쓰러진다고 합니다. 쓰러지는 것은 죽든지 큰 병에 걸리든지 하는 것을 말합니다.
그래서 생활습관이 중요한 것입니다. 오늘날 성인병의 70%가 사실은 생활습관에서 온다고 합니다. 거기에는 어른, 아이 구분이 없습니다. 습관을 고치면 사람의 수명도 50%는 이미 확보된다는 사실을 잊지 말아야겠습니다.
편의점에서 몇 백 원 짜리 물건을 사는 데도 신용카드로 결제하는 사람들이 상당히 많습니다. 이유는 여러 가지가 있습니다. 현금이 없으니 카드를 긁는다, 카드 사용이 편리하니까 등등. 하지만 몇 백 원을 신용카드로 결제하는 것이 반드시 편리한 건 아닐 것입니다.
편리함을 추구하기에는 그 편리함의 가치가 너무 안일합니다. 그것보다는 무의식적인 습관 때문입니다. 돈에 대한, 특히 소비에 대한 무의식적인 습관 때문입니다. 수입이 일정하지 않거나 수입이 전혀 없는 학생들이 무의식적으로 신용카드를 사용하는 습관은 우리 사회가 만든 구조적인 병폐라 할 수 있습니다.
현재의 나의 모습이 지난날의 나의 모습이며, 그리고 미래의 나의 모습입니다. 결국 지금 나의 이런저런 습관들이, 모습들이 미래의 내 모습, 내 습관을 만드는 것입니다. 1년 뒤의 내 모습, 10년 뒤의 내 모습은 다른 사람의 모습이 아니라 바로 내 자신의 모습입니다. 아주 낯설 것 같은 10년 뒤의 내 모습은 지극히 지금의 나를 닮은 정말 나입니다.
어떤 거래처는 재고 제품들을 품목별로 가지런히 정돈해 잘 보관하고 있는 곳이 있는가 하면 어떤 거래처는 제품이 정리가 되지 않은 채 이것저것 섞여 있고 오래 전에 입고된 제품들이 안쪽 깊숙이 쌓여 있거나 창고 바닥에 흙먼지가 수북하고 제품 박스 위에도 먼지가 가득 쌓여 있는 것을 보게 됩니다.
안타까운 마음에 “아니! 창고 바닥 한 번 물청소를 해서 흙먼지를 싹~ 씻어내고 제품 박스들도 품목별로 입출고가 수월하게 정리 좀 해야 되지 않겠어요?” 하고 말하면 거래처 대표는 “아휴, 글쎄 한 번 날 잡아서 정리를 하긴 해야 되는데 이것저것 바빠서 제대로 할 시간을 못 잡네요. 치우긴 한 번 치워야지요!” 합니다.
그렇게 말한 지가 거래를 시작할 때부터니까 10년이 넘어갑니다. 연말 결산을 할 때면 정리가 안 되고, 먼지가 수북이 쌓인 채로 제품을 보관하며 지내던 거래처에서 주로 반품을 많이 합니다. 제품 박스가 다 헤지고 부식되고 수년이 지난 옛날 제품들까지 엉망인 채로 본사로 반품합니다. 반대로 늘 반듯이 정리되어 있고 깨끗하게 제품을 관리하는 거래처는 연말에 똑같이 필요 없고 유통기한 지난 제품의 반품을 요청하면 “몇 병내지는 몇 박스밖에 없다”며 그냥 자기들이 처리하겠다고 합니다.
물론 대금 결제에서도 큰 차이가 납니다. 제품 관리를 제대로 하는 거래처는 대금 결제를 실수하거나 약속을 어기는 경우가 없습니다. 반면 제품 관리가 엉망인 거래처는 약속을 어기기 일쑤입니다. 비슷한 조건, 비슷한 환경에서 같은 업종을 영위하는 데도 많은 차이가 납니다.
한 번씩 가서 만나보면 일에 대한 애정이나 노력은 여느 거래처나 대개 비슷합니다. 오히려 제품 보관 관리가 제대로 되지 않은 거래처가 더 바쁘게 움직입니다. 이것저것 업무가 정신없을 정도입니다. 그러니까 미처 정리정돈까지 손이 미치지 못한다고 합니다. 하지만 결과는 다릅니다. 그렇게 바쁘고 정신없이 일해도 대금결제 약속을 어기기 일쑤고 늘 어렵다고 합니다.
왜 그럴까요? 똑같은 일을 하면서, 아니 더 일을 많이 하면서도 더 어렵고 힘든 것은 무엇 때문일까요? 그것은 일 하는 습관이 잘못되어 있기 때문입니다.
비슷한 양의 일을 해도 미리미리 준비하고 정리하고 앞서 나가면서 해나가는 것과 상황이 닥치는 대로 그때그때 대처하고 꾸려나가는 것은 그 결과에 있어서 큰 차이가 날 수밖에 없습니다. 입고된 제품을 깨끗하고 가지런히 보관하는 것 자체가 체계적으로 준비해가는 기본조건입니다.
옛날 어느 나라에 지나치게 말이 많은 왕이 살았습니다. 왕은 어찌나 수다스러운지 한번 입을 열면 반나절 동안 말을 멈추지 않을 정도였습니다. 그래서 다른 신하들은 말을 할 겨를이 없었습니다.
어느 날 왕이 평소 자신이 존경하는 스승과 함께 산책을 하고 있었습니다. 그때 갑자기 거북이 한 마리가 하늘에서 떨어져 죽고 말았습니다.
깜짝 놀란 왕이 스승에게 물었습니다.
“어떻게 거북이가 하늘에서 떨어졌을까요?”
스승은 평소 말이 많은 왕의 잘못된 습관을 이 기회에 고쳐야겠다고 생각하고 이렇게 답변했습니다.
“제 생각에는 새가 거북이를 산으로 데려다주다가 실수로 떨어뜨린 모양입니다.”
그러자 왕이 다시 물었습니다.
“스승님, 자세히 설명해주시겠습니까?”
“평소 서로를 믿고 의지하는 새와 거북이가 각각 나뭇가지 양 끝을 입에 물고 하늘을 날다가 평소에 말이 많은 거북이가 입을 다물지 못하고 떠들어대느라 그만 나뭇가지를 놓아버린 것입니다. 그래서 거북이는 이렇게 박살이 나 죽고 만 것입니다.”
스승은 덧붙여 말했습니다.
“지나치게 말이 많으면 어려움이 따르는 법입니다.”
그 후로 왕은 신중히 말하는 습관을 가지게 되었습니다.
시설재배단지를 방문해보면 같은 단지 내에서도 어떤 시설하우스 농가는 작업장 주변에 농산물 포장박스, 소형 농기구, 각종 영농자재 등이나 간이 가재도구 등이 가지런히 잘 정돈되어 있고 재배포장의 이랑이나 통로들이 깨끗하게 청소되어 있습니다. 반면 어느 농가는 들어가는 재배농장 주변에 잡초가 무성하고 빈 농약병, 쓰레기들이 여기저기 널브러져 있는가 하면 농막 작업장 내부에 영농자재 등이 정리가 되지 않은 채 어지러이 뒤죽박죽 쌓여 있는 것을 보게 됩니다. 이런 농가의 재배포장은 이랑 사이가 질퍽거려 사람이 다니기도 불편하고 재배작물은 여러 가지 병해충에 시달려 방제하느라 곤욕을 치릅니다. 또한 병해충을 어렵사리 방제해 해결하면 또 다른 병해충이 발병하고 그것을 또 힘들게 방제하면 또 저기서 터지고 그야말로 작물 뒤치다꺼리에 주변 정리고 뭐고 정신을 못 차립니다.
농막 안을 깨끗이 정리해놓고 재배포장을 잘 관리하는 농가는 작물의 상태도 대개 깨끗합니다. 병충해 발생도 많지 않습니다. 시기와 기후에 따라서 예상되는 농작물의 생리장해나 병충해를 미리 시비 관리를 합니다. 병 발생을 미리 앞서 예방해 나가는 것이지요.
농사일도 비슷합니다. 미리 앞서서 방제하고 처리해 나가느냐, 아니면 병해충이 발생하고 작물이 장해가 나타나면 그때 뒤치다꺼리 하느냐의 차이입니다. 비슷한 양의 일을 하면서 그 과정과 결과는 많은 차이가 납니다.
농장 주변이 깨끗한 농가는 늘 미리미리 습관적으로 일을 처리합니다. 잡초가 크기 전에 제거하고, 사용한 영농기구들을 잘 닦아서 늘 제자리에 두고, 이랑을 정리하고, 병충해가 오기 전에 미리미리 작물에 시비하고, 어차피 해야 될 일들을 미리미리 해둡니다. 습관이 그렇습니다. 하지만 농가 주변이 엉망이고 작물이 병해충에 찌든 농가는 늘 미루는 습관이 몸에 배어 있습니다.
초기에는 작물을 정식할 무렵 여유가 생기면 바깥 활동이 많습니다. 그러나 어느 정도 작물이 자라면서 작업 시기를 한두 번 놓치면 이것저것 할 일이 늘어납니다. 그러다 보면 주변 정리는 고사하고 작물 생육관리도 제대로 이루어지지 못합니다. 미리미리 준비하고 행하는 습관이 배어 있지 않기 때문입니다. 내가 일에 끌려가느냐, 일을 내가 끌고 가느냐의 차이입니다.
언제부턴가 피곤하거나 몸살기가 있으면 편도선이 붓고 허리가 아프기 시작했습니다. “뭐 조금 피곤해서 그렇겠지!” 하고 대수롭지 않게 여겼는데 시간이 지나자 점점 통증이 심해졌습니다. 그러다 어느 때인가 도저히 참지 못해 병원에 가서 검사를 받았는데 허리는 디스크 증상이 있고 목은 성대결절로 상태가 좋지 않다는 것입니다. 갑자기 큰 충격이나 무리가 있었던 것도 아닌데 허리에 왜 디스크가 왔는가 하고 의아해하는데 평소의 자세에 문제가 많다는 것입니다.
그러고 보니 늘 엉덩이를 앞으로 빼고 등은 뒤고 붙인 채 허리를 새우등처럼 둥글게 굽혀 의자에 앉는 버릇이 생겼습니다. 게다가 한 쪽 다리를 늘 꼰 채로 책상에 앉곤 했습니다. 그러다가 점차 허리가 안 좋게 되다 보니 더욱 더 엉덩이를 앞으로 빼고 등은 뒤쪽으로 더 눕는 자세가 되어간 것이죠. 결국 평상시 좋지 못한 자세와 습관이 오랜 시간 쌓여 몸에 무리가 되어 병을 불러오게 된 것이죠. 보통 병에 걸리면 약 먹고 치료하면 쉽게 나을 것이라 생각하지만 생활습관까지 바꾸지 않으면 몸은 절대 좋아지지 않습니다. 특히, 좋은 생활습관은 누구나 다 아는 평범한 것이지만 실천 여부에 따라 건강상태가 달라집니다.
비육지탄(?肉之歎)이란 말이 있습니다. 사람의 습관이 얼마나 중요한지 단적으로 보여주는 고사성어입니다. 후한(後漢) 말 유비가 조조와의 싸움에서 수세에 몰린 적이 있었습니다. 남은 군사도 얼마 안 되는데다 갈 곳조차 마땅치 않았던 유비는 형주의 유표에게 몸을 의탁했습니다. 유표는 유비를 극진히 대접해 편안히 지낼 수 있게 해주었습니다.
하루는 유표가 연회를 열고 유비를 초청했습니다. 연회 도중에 유비는 화장실에 갔다가 자신의 넓적다리가 예전에 비해 살이 많이 쪘다는 것을 느꼈습니다. 나라를 위해 큰일을 하지 못하고 세월만 보내고 있는 자신의 신세가 처량하다고 생각한 유비는 저도 모르게 눈물을 흘렸습니다.
유비가 다시 연회 자리로 돌아왔을 때, 유표는 유비의 얼굴빛이 어두운 것을 보고 그 까닭을 물었습니다.
“얼굴에 눈물 자국이 보이는데, 어찌된 일이오?”
유비는 깊이 탄식하며 대답했습니다.
“지난날에는 항상 말을 타고 돌아다녔기 때문에 넓적다리에 군살이 붙을 틈이 없었는데, 요즘은 말을 탄 지가 오래되어 많이 굵어졌습니다. 세월은 헛되이 흘러가고 몸은 하루가 다르게 늙어 가는데, 명성과 기개는 옛날 같지 못하니 그것이 서글픕니다.”
유비는 그 날로부터 당장 자신의 잘못된 습관을 고치기로 결심했습니다.
통계에 따르면 술 마시고 담배 피우며 더러운 공기 마시고 스트레스 많이 받으며 육류를 많이 먹는 습관을 가지고 있으면 40대에 쓰러지고 이 중 한두 가지를 안 하면 50대에 쓰러지고 한두 가지밖에 안 하면 60대에 쓰러진다고 합니다. 쓰러지는 것은 죽든지 큰 병에 걸리든지 하는 것을 말합니다.
그래서 생활습관이 중요한 것입니다. 오늘날 성인병의 70%가 사실은 생활습관에서 온다고 합니다. 거기에는 어른, 아이 구분이 없습니다. 습관을 고치면 사람의 수명도 50%는 이미 확보된다는 사실을 잊지 말아야겠습니다.
편의점에서 몇 백 원 짜리 물건을 사는 데도 신용카드로 결제하는 사람들이 상당히 많습니다. 이유는 여러 가지가 있습니다. 현금이 없으니 카드를 긁는다, 카드 사용이 편리하니까 등등. 하지만 몇 백 원을 신용카드로 결제하는 것이 반드시 편리한 건 아닐 것입니다.
편리함을 추구하기에는 그 편리함의 가치가 너무 안일합니다. 그것보다는 무의식적인 습관 때문입니다. 돈에 대한, 특히 소비에 대한 무의식적인 습관 때문입니다. 수입이 일정하지 않거나 수입이 전혀 없는 학생들이 무의식적으로 신용카드를 사용하는 습관은 우리 사회가 만든 구조적인 병폐라 할 수 있습니다.
현재의 나의 모습이 지난날의 나의 모습이며, 그리고 미래의 나의 모습입니다. 결국 지금 나의 이런저런 습관들이, 모습들이 미래의 내 모습, 내 습관을 만드는 것입니다. 1년 뒤의 내 모습, 10년 뒤의 내 모습은 다른 사람의 모습이 아니라 바로 내 자신의 모습입니다. 아주 낯설 것 같은 10년 뒤의 내 모습은 지극히 지금의 나를 닮은 정말 나입니다.
FM AGTEC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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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01-16 14: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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